과거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은 명백히 할리우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조지아주와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영화 촬영지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금 혜택, 인프라 확장, 제작 환경 다양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대형 영화 제작사와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할리우드를 벗어나 새로운 거점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내 촬영지 이동 현상과 그 배경, 주요 사례, 그리고 향후 영화 산업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지아주의 급부상: ‘할리우드 오브 사우스’
미국 영화 촬영지의 판도를 바꾼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바로 조지아주입니다. 특히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오브 사우스(Hollywood of the South)’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조지아 주정부가 제공하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입니다. 20~30%에 달하는 세금 공제 정책은 많은 제작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마블 스튜디오의 다수의 블록버스터들이 조지아에서 촬영되었으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블랙 팬서’ 등도 이곳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조지아가 단순히 외곽 촬영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지아는 이제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장비, 인력, 스튜디오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남부에서 가장 강력한 영화 촬영 허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지아는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제공해, 여러 장르의 영화 배경으로 활용이 용이합니다. 산, 해변, 도심, 시골 등 다양한 로케이션이 한 주 안에서 해결 가능한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제작비 절감뿐 아니라, 시간과 리소스를 아끼는 데에도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합니다. 미국 내에서 조지아가 차지하는 위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향후에도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배경은 인디애나폴리스지만 모든 촬영은 조지아주에서 진행되었죠.
텍사스주의 잠재력: 영화+기술+세금의 삼박자
텍사스주는 오래전부터 예술과 독립영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업영화 및 대규모 제작환경의 거점으로도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스틴과 댈러스는 기술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영화 제작지로서의 가능성을 폭넓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세금 인센티브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이 텍사스로 유입되며, 영화와 기술이 결합한 콘텐츠 제작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오스틴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같은 대형 콘텐츠·테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로, 이미 영상 제작자들과 미디어 창작자들에게 친숙한 장소입니다. 여기에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이 오스틴에 캠퍼스를 설립하며,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가 융합되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텍사스는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미래형 콘텐츠 개발의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텍사스는 지리적 면에서도 이점이 많습니다. 캘리포니아 대비 낮은 생활비와 기업 친화적 규제는 영화사뿐 아니라 프리랜서 제작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실제로 많은 영상 관련 스타트업과 후반 제작 회사들이 텍사스에 사무실을 열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자생적인 영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미국 내 촬영지 다양화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제작 방식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텍사스는 이제 예술성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미국 영화 미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상대적 위축과 재조정
이와 같은 지역 이동은 할리우드 중심의 기존 영화 산업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상징적인 중심지이지만, 높은 물가, 까다로운 노동 규정, 복잡한 세금 체계 등으로 인해 제작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를 떠나는 영화사와 크리에이터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LA 지역의 촬영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세계적인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제작사들이 프리프로덕션을 LA에서 진행한 뒤 실제 촬영은 조지아나 텍사스 등지로 이동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할리우드가 더 이상 ‘모든 것을 해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영역에 특화된 기능 중심지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팬데믹 이후 비대면 협업과 원격 제작 환경이 확대되면서, 특정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 방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영화 제작 전반의 분산화와 지역 분권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도시가 콘텐츠 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할리우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영화 산업 전체가 구조적 재편을 겪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양한 지역이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영화 제작 환경은 더욱 유연하고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건강성과 창작의 자유를 확장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영화 산업은 이제 하나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다핵 구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조지아와 텍사스는 세금 혜택, 인프라, 창작 환경 등에서 강점을 지닌 대표적 지역으로 부상했으며, 이들의 성장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산업구조의 변화로 해석됩니다. 앞으로 미국 영화의 미래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선택과 실험 속에서 더욱 다채롭고 강건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