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은 흔하지 않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일반적인 질병과 비슷하여 오진되거나 지나치기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질환을 소개하고, 각각의 병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희귀병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소한 증상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브리병 – 단순한 피부 발진이 아니다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X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체내 특정 효소가 부족해 세포 내 지방이 점점 쌓이면서 다양한 신체적 이상을 초래하는 병입니다. 주로 남성에게서 발병하며, 여성은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 질환은 신장과 심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피부 질환이나 신경 문제와 유사해 쉽게 놓칠 수 있습니다.
파브리병 환자들은 손발이 저리거나 타는 듯한 통증을 자주 경험합니다. 또한, 무한증(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 더운 날씨나 운동 후에 몸이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피부에는 작은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혈관각화종이라는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이 외에도 소화 불량, 배와 허벅지 부위의 불규칙한 통증, 청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신경통이나 피부 문제로 넘기지 말고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헌터증후군 – 발달 지연과 얼굴 변화
헌터증후군(Hunter Syndrome)은 체내 특정 효소 부족으로 인해 점액다당류가 축적되면서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는 유전병입니다. 주로 어린 시기에 발병하며,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성장하다가 점차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질환은 아이의 얼굴 형태가 점점 변하는 특징이 있어 부모가 눈치채기 쉬운 편이지만, 발달 지연이나 언어 장애 등의 초기 증상을 다른 이유로 오해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헌터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은 코가 납작해지고 얼굴이 점점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관절이 점점 구부러지면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잦은 호흡기 감염과 중이염, 언어 발달 지연, 주의력 부족, 성장 속도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한 발달 지연이 아니라 헌터증후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 – 치매와 비슷한 신경 질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이 병은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이 뇌 조직을 손상시키면서 점점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치매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초기 증상이 비교적 경미해 스트레스성 기억력 저하나 단순한 우울증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들은 초기에 기억력 감퇴, 성격 변화,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수면 장애, 환각, 보행 장애,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나면서 신체적 기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치매와 다른 점은 발병 후 몇 개월에서 1~2년 내에 급격한 악화를 보이며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증상 완화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가족력이 있거나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신경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희귀병은 이름 그대로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파브리병, 헌터증후군,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같은 질환은 초기 증상이 다른 질병과 비슷하여 쉽게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증상이라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희귀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몸에서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건강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